2007년 03월 02일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 대한 2년 후의 생각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 대한 2년 후의 생각
<아픈 아이들의 세대>를 쓴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딸을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후 아직 아이를 낳지 못했고, 이사도 아직 가지 못했다.
구체적인 변화는... 그 당시에만 해도 몇 천만원이 들어있던 내 통장에 5만원 남을 때까지 수직으로 내려갔고, 지금은 20만원 정도 남아있다. 그보다는 건강이 안 좋아진게 더 문제인데, 그 때처럼 밤을 새거나 하루에 수 십명씩 만나면서 토론하고 설득하는 일은... 이제 못한다.
산내면에는 비는 집이 없어서 이사를 못 갔고, 여주에는 깡패들이 너무 많아서 이사를 못갔고... 쮜리히에는 아내가 국비장학금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못 가게 되었고, 하여간 그런저런 우연들이 잔뜩 겹치면서 아직 그 때의 집에 그대로 산다. 문제를 일으켰던 바로 그 공사 중인 아파트는 세 번인가 회사가 망하면서 공사하다 말다 하다가 작년에 참다 못해서 구청에 소음 문제로 진정서를 낼까 하다가 다른 책을 급하게 쓰느라고 밀려서... 결국 작년 말에 완공이 되었는데, 입주자가 별로 없어서 막상 이사온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내 학문적 틀은 대체적으로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서 어느 정도 완결점을 지으면서 정형화되었다. 내가 앞으로 공부하고 나아갈 방향들이 대체적으로 그 책을 쓰면서 떨어져있던 것들이 연결되었고, 대체적인 공부계획서도 그 안에 들어가 있다. 물론... 늘 나는 진짜 얘기들을 숨겨놓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흩어서 숨겨놓았지만, 다시 펼쳐보면 그 때의 공부계획서 같은 것들을 들쳐보는 마음이 들어서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된다.
책을 마치고 다음 길로 잡은게 gender economics와 peace economics라는 두 가지 방향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gender economics에 대한 얘기를 더 진행시키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당분간... 접었다. 그 대신에 진화경제학 쪽의 얘기를 더 많이 잡고, 수학공부를 더 많이 했다.
대체적으로 내 생각은 스위스가 걸어온 발전궤적이 한국에게도 적용가능할 것인가 그 경우의 문제점은 무엇일까라는 것 한 방향과 베트남을 비롯한 제 3세계에도 적용가능한가...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다. 내가 스위스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스위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프랑스, 독일 같은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살아서 그런지 왠지 손에 잡힐 것 같고, 영국도 살았던 기간이 적지 않아서 다른 나라 같지가 않은데, 오히려 주 연구대상이 되어버린 스위스는 아직도 내게 베일이 많다... 인구 800만이 좀 안되는, 그리고 남한 면적 절반 정도의 이 나라가 운용되고 조율되는 방식에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희한한 것들이 많다. 여기도 극우파들이 많다. 당연하다. 그리고 다국적기업도 상당히 있다. 그런게 어떻게 황당한 국가가 되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지, 그런 힘들에 대해서 상당히 궁금하게 생각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어떤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시스템인지는 조금 이해한 것 같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서 했던 질문들을 조금 더 끌고 나가볼 생각이다.
내가 하는 공부에는 상황을 이해하는 일종의 실증적인 분석작업 같은 것들이 한 축을 형성하고, ‘이상’에 해당하는 것들이 또 한 축을 형성한다. 그 이상에 해당하는 것들이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 담긴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에는 자료들을 찾고 생각을 좀 더 전개시키기 위해서 간만에 외국에 갈 생각이다. 참 웃기고 서글프기는 하지만, 공부하기에 서울만큼 조건이 열악한 경우도 별로 없다. 진짜로 자료를 찾고 막상 분석작업을 시작한다면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여기에서 대충 몸으로 때우면서 할 수 있는 막일들은 지난 4년 동안 할만큼 한 셈이다.
몇 가지 대안들을 놓고 고민을 해봤는데, 결국 일본으로 가게 될 것 같다. 나도 돈 쌓아놓고 살아가는 건 아니라서 세미나 하나 정도 지도하고 먹고 사는 일들을 해결해주는 데로 갈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우리나라만 아니라면 그런 곳은 많다. 다행히 뭘 공부해야 할지 모를 그런 12년 전의 초짜 박사 수준은 넘어가서... 이제는 뭘 공부해야 하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예전에 냈던 책이 가끔 지도 역할을 해준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지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상냥한 지도역할을 해주지는 못한 것 같다. 공부가 부족해서 그렇다. 나도 잘 모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밝혀줄 수 있을 것인가...
그나마 사기꾼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혼자 감사할 뿐이다.
# by | 2007/03/02 02:42 | 출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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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본의 생협체제가 부럽네요.. 저두 일본에 가보고는 싶지만.. 처지가...
개인적으로 제주도에 왔으면 하는 바램인데..
먹고 사는데는 일본이 더 나을것 같네요..^_^
언제한번 제주도에 오시면 술 한잔 드리고 싶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