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전고투

20대 얘기는 거의 정리가 끝나가는데, 3주 동안 그야말로 악전고투인 셈이고, 이 악전고투가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다. (물론 그래도 2부의 챕터 두 개를 더 써야 한다...)

세대간 분배 문제에 대해서 거의 마지막까지 왔는데,

아. 다단계판매와 조직폭력배

이렇게 이름을 붙여놓고 잠깐 쉬기로 했다. 조직폭력배는 지하경제에 대한 선행 연구가 몇 개 있어서 대체적으로 국민소득의 10% 정도 규모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라는 정도는 있고, 여기에서부터 간략하게 추정해보면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5~6% 정도가 조폭시장 규모라고 정부 공식연구를 통해서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다단계판매는 종내 그 규모를 모르겠다. 좀 몸을 사용하면 신고된 업체의 매출액을 다 더하고, 여기에 불법다단계의 매출액을 추정하면 공식적인 규모야 알 수 있겠지만, 불법다단계의 매출액을 어떻게 추정하나? 게다가 1위라고 했던 JU의 발표된 매출액이 수조원 규모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 비해서 너무 숫자가 작다. 우리나라 경제가 800조원짜리라고 한다면, 1%면 8조, 5%면 40조 정도 되는데, 못되어도 그 정도 규모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런게 심증만 있고 확증은 없다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예전에 한겨레에 바다이야기 관련된 글 쓸 때 약간 도박산업 추정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 때에는 발표된 상품권 매출액과 서민경제 총액 두 가지를 비교해서 생각보다는 손쉽게 추정을 했었다. 상품권 발행액이 있으면 어차피 사람들이 바다이야기류에 지불한 총비용은 그 내에서 나오기 때문에 손 대기 쉬운 편이다.

이런 황당한 종류의 추정으로 또 한 번 했던게 집창촌 사태로 여성단체가 코너에 몰렸을 때 총 경제규모를 계산해본 적이 있다. 하도 오래되어서 숫자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 때는 형사연구원에서 추정한 수치와 여성단체들에서 추정한 수치의 원 데이타를 놓고 아마 투입산출표의 경제유발효과 평균치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얘기를 풀어가는데 총규모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난 김에 계산이나 추정을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찾아봤는데, 숫자가 잘 나오지는 않는다. 재경부 과장이면 10분 내에 알 수 있는 숫자이기는 할 것 같은데, 정부 밖에서 이런 간단한 숫자의 내부 보고서 같은 것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뭐, 정 안되면 국정원에서 얼마 전에 다단계 판매 규모 조사해서 청와대에 내부 보고하면서 숫자를 언론에 흘린 게 있기는 하니까. 그 숫자를 가져다쓰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조직에 관해서는 태권도 대표단에서 상공회의소 그리고 전경련과 기타 등등 자영업까지 대체적으로 다 분석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세대간 분배와 진입장벽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분석을 해봤다.

처음에는 생각을 못했다가 느끼게 된 점이 이 정도로까지 20대가 불리할 줄은 몰랐는데, 현재 전개되는 형국이 20대에게 대단히 불리하다. 나도 놀랄 정도였다.

작년에 몇 가지 통계작업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10대 여성이 가장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좀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의 20대는 평균적으로 거기에 비견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는 않다. 개별적 탈출구는 있을 수 있는데, coordination game이라고 부르는 그런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사실 진작에 20대 얘기는 이미 끝내고 다음 얘기로 넘어갔어야 할 것 같았는데, 탈출구 혹은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 같은 얘기를 생각하다 보니까, 너무 얘기가 깊어졌고, 이젠 내가 탈출구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벌써 A4 70장에 육박하기 때문에, 다음 얘기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상황인데, "잘 해보기를 바래"라고 마음 아프게 툭 던지고 도망가고 싶지는 않다.

두 권으로 책을 나누라고 조언해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어차피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양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왜 20대가 다단계 판매에 몰리는가 혹은 조직폭력배는 왜 20대를 환영하는가... 이런 건 개리 베커의 논리 정도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잘 설명해줄 수 있는데, 그게 결론이 아니라는데 사태의 어려움이 있다.

악전고투에 진퇴양난인 셈이다. 조금 더 들어가서 더 잔인한 분석을 할지, "잘 해보기를 바래"라고 문을 닫고 도망갈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인데,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가끔 이런 순간이 오면, 경제학은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학문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리카아도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경제학을 했다고 하던데, 진짜로 리카아도가 사람을 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의 경제학원론을 읽어보면, 언젠가 세상은 망한다, 바둥거려바야 그 종말을 피할 수 없다... 끝... 이렇게 되어있다.

계보상으로 리카디안 경제학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피에로 스라파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리카아도를 재해석하면서 만든 경제학이다. 네오 리카디안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스라피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라파는 친구였던 그람시에게 경제학을 가르켜주었고, 그람시의 옥중서신 중에는 스라파와 나눈 편지들도 있다.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스라파 없는 그람시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한다. 내 주위에서 그람시를 제일 열심히 읽었던 사람은 10년 전의 윤소영 선생이었는데, 그 후에 네그리도 읽고 한참을 헤매다가 요즘은 뭐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정운영 선생이 평생 소장하던 책을 윤소영 선생한테 돌아가실 때 넘겨주었는데, 윤소영 선생은 그 책을 전부 서울대에 기증했다...

(또 딴 얘기로 빠진다. 그 책들이 내 생각에는 정운영 선생을 개인적으로 불행하게 만들었는데, 집을 사도 될 시기에 책 때문에 넓은 집에 살아야 한다고 전세로 평생을 전전하다가, 돈 때문에 중앙일보로 옮겼고, 마지막 순간에 "도대체 네가"라는 말을 듣고 돌아가셨다.)

리카디안 경제학으로부터 출발한 윤소영 선생도 암만 생각해봐도 세상 구할 것 같지는 않다... 또 다른 네오 리카디안 논쟁에 들어가 있던 강남훈 선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하여간 피도 눈물도 없는 출구와 비겁한 출구 두 개를 앞에 놓고 악전고투를 끝내기 위한 고민 중인데, 정말 판단이 잘 안 선다.

내가 지금의 20대라면 이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을까? 만 스물 한 살에 유학갈 때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었을까? 나는 어차피 그 때 수배받고 감옥가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별 두려움 없이 유학을 선택한 것 같다.

지금 내가 그냥 20대의 대학교 3학년이라면 어떤 삶의 출구를 생각했을까? 가보지 않고,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아무리 상상해봐도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고시 보기로 했을까? 아니면 역시 유학을 선택했을까?

개인의 삶에 대한 질문은 아무리 가볍게 생각해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삶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특징이 있나보다. 아무리 작아보여도 개인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우주의 전부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20대에 관한 장은 열기도 어려웠고, 중간에 지나오는 것도 어려웠는데, 닫는 것도 너무 어렵다. 악전고투 중이다...

by 비나리 | 2007/01/31 02:30 | 출간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7)

트랙백 주소 : http://economos.egloos.com/tb/87288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블로그로 놀자 blog.. at 2007/01/31 23:15

제목 : 리뷰 시험판
blog party review는 blog party에 등록된 구성원들의 지난 글들을 (주제별,추천으로) 소개하는 비정기 웹진입니다. 앞으로 트랙백의 형태로 구성원들에게 배달 될 예정입니다. 한마디만 해주세요(제목과 주제, 디자인등...좋은지?나쁜지?다른방법?) ^^;;...more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7/01/31 02:33
지금 대학교 3학년 나이인 제 주위에는 고시 공부, 취업을 대비한 토익 공부, 학점 잘따기가 대부분이네요. 유학은 거의 어학을 위한 교환학생이 많구요.
Commented by mogiiii at 2007/01/31 08:39
저 개인적으론 "잘해보길 바래"보단, 잔인한 분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왕 악전고투하시는거 이번에 뽕을 뽑으시는게 이후 우선생님이 다른 주제에 집중하시는데도 더 낫지않을까요. 그래도 건강은 해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하얀그림자 at 2007/01/31 10:06
어렵다보니 다들 공무원으로 몰리는거 아니겠습니까..그런데 참 그것도 쉽지 않죠.

이번에 문화관광부에 7급으로 들어온 친구들을 보니 흔히 말하는 명문대 출신이 50%가량 되더군요. 연령대도 대부분 28~35살 정도이구요. 예전같으면 참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죠.

20대들이 항상 주눅들어있고, 패기없고, 창의력없음을 탓해왔는데 다시 좀 생각해봐야겠다 싶더군요..
Commented by 연애편지 at 2007/01/31 11:09
어째 새로운세상님의 댓글이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뭐 기성세대들도 마찬가지는 아닐까 싶어요.

다만 젊다는게 죄면 죄랄까....
Commented by 아큐라 at 2007/01/31 14:13
처음에 생각하셨던 '다른 사람 눈에 출구 같아 보이지 않을 출구'로 밀고 나가심이 ```

첫 착상이 베스트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나중에 후회할 글은 아예 쓰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이미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30대 이상은 망가졌는데 20대들도 만만치 않게 보이던데

10대들도 좀 아찔해 보이기는 한데 워낙 10대들의 특성이 있으니까 그렇고

열살 안된 애들이 가장 정상에 가깝고해서 얘네들한테 보여줄 그림책을 만들려고

그림도 배우고 스토리 보드도 만들었는데 괜시리 자꾸 울컥해서 진전이 잘 안되네요.

일단 놀이라는 것이 원래 처음에는 제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가설과

개체의 발전은 종의 발전을 반복한다는 가설(헤켈의 가설을 모방한)

석기 시대의 신성 상징과 종교적 이데아가 청동기 철기를 거치면서 전복되고 분화되었다는 가설

아이들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라는 일본 에니메이션의 클리셰 이렇게 여러 가지가 짬뽕되어

있는데 결말을 어떻게 할 지를 두고 목하 고민중입니다. 현재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새로운세상 at 2007/01/31 14:58
전 세대가 후세대를 착취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것이 자본의 집중화 현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인지, 이전 세대의 탁월한 조직능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20대는 386처럼 경제적, 정치적으로 이전 세대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요원해 보입니다.
Commented by 대나무 at 2007/01/31 23:17
객관적 통계에 의한 분석...그 분석과 해답이 점점 기대됩니다. 공감하게 될지? 특수하다고 생각하게 될지?...
*
그리고 관련되지 않은 관련글 보내드립니다. 20대의 고민들이라 생각해주시고...보시고 삭제하셔도 무방합니다.(다단계 경험에 대해 인터뷸ㄹ 해보심은... 저도 약간의 경험이 있습니다만...)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