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희망> 서평을 마치고

리베커 쏘울닛이라는 미국 평론가이며 현장활동가가 쓴 <어둠 속의 희망>이라는 책의 서평을 마쳤다.

"위기에 놓인 진보세력, 희망은 있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서평은 황해문화에서 부탁받은 것이다. 황해문학은 몇 년 전 북한에 관한 토론회 때 이필렬 선생에 대한 토론자로 참여한 적이 있고, 직접 기고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좋은 잡지로 알고 있고, 지역에서 이런 것이 버틴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

서평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 번째가 객관성이고, 두 번째가 부가가치라고 생각한다.

객관성은 실제로 서평할 때 갖는 첫 번째 난관인데, 수없이 밀려오는 서평에 대한 부탁 중에서 그래도 서평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책은 나름대로는 괜찮은 책이고, 읽어볼만한 책을 받게 된다. 싫거나 악평을 해야할 책이라면 아예 서평을 쓰지 않게 되는데, 원래는 좋은 평과 나쁜 평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서평을 쓰는게 맞는데, 매체에 서평을 쓰게 될 때에 소위 나는 전문 리뷰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만 받게 된다. 딱 한 번 총리실 있던 시절에 서평 쓰고 싶지 않은 책의 서평을 쓴 적이 있다. 정말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고, 내 입에서 나올 얘기는 욕 밖에 없었을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잡지사에서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 책의 서평을 쓰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나도 안 쓰면 안된다는 말을 강조했다. 결국 매우 싫음에도 불구하고 서평을 썼는데, 이 책이 별로 읽을만한 필요가 없다는 표현을 돌려돌려가며 딱 한 줄을 집어넣었다. 비지니스라는 제목을 달고 있던 책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도대체 비지니스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어떻게 나한테 서평을 부탁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내가 쓴 서평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독수리 오형제"라는 제목을 달았던 서평인데, 창비 어린이에서 부탁받았던 서평이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고, 하여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둠 속의 희망"이라는 책은 권하고 싶은 책인데, 아마 사람들은 죽어라고 안 읽을 것이고, 왜 이 책을 읽어야 하고, 무슨 메시지를 받아야 하는지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책이다. 이 경우에 두 번째 난관인 '부가가치'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서평을 통해서 책에 숨겨진 숨은 메시지나, 번역서의 경우에 특히 한국의 맥락에 집어넣는 일들이 이 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 서평은 이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 약간 신경을 썼는데, 상당히 논쟁적으로 서평을 마무리했다. 왜 노무현주의자들은 실패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을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책을 다시 독해하는 방식으로 서술한 셈이다.

많은 경우 책은 사회적 질문이 던져지는 경우에 비로서 유효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질문던지는 것을 특히 선호한다...

어떻게 보면 속이 깊은 것이고, 어떻게 보면 악취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내리게 되는 결론을 뒤집어보는 질문 같은 것... 그게 내가 서평을 쓸 때 꼭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한데, <어둠 속의 희망>에 대해서는 그런 질문거리 하나를 찾아낸 경우에 해당한다.

글은 졸고라도, 질문이 유효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나는 작가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작가들은 질문은 꽝이라도 글이 멋지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들이 전문 작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난 작가라기 보다는 학자에 가깝다... 글 못쓰고, 따분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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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리 | 2007/01/30 17:58 | 출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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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한윤형 at 2007/01/30 20:38
"왜 노무현주의자들은 실패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을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책을 다시 독해하는 방식으로 서술"했다니, 서평이 매우 기대됩니다. ^^
Commented by J. at 2007/01/30 20:44
황해문화 아닌가, 싶네요.
Commented by 비나리 at 2007/01/30 21:00
네, 그렇네요.
Commented by 연애편지 at 2007/01/30 21:40
갑자기 책을 사고 싶어지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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