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 사이더>


"교복 대리점의 '짝퉁 교복' 판매를

고발했던 한 제보자는 아들이

교복 대리점 주인에게 살해당하는

참극을 겪었다." "(한국일보)

이 문장이 잠자던 나의 이성을 깨운다... (2007년 1월 29일. 석훈)


나는 100번쯤 본 영화가 몇 편 된다. 영화의 음악적 완성도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오스틴 파워 2편이 그렇고, 반지의 제왕이 그렇고, 스타워즈 4, 5, 6편이 그렇다. 대부도 3편 모두 100번 정도는 보았다.

약간 우울한 영화이지만, 디어 헌터와 지옥의 묵시론은 50번 정도 보았다. 지옥의 묵시록은 회사 다니던 시절 주말에 혼자 앉아서 술 마시면서 보는 단골 영화였다. 이젠 말론 브란도 얼굴만 봐도 술냄새가 난다.

그리고 최근에 많이 본 영화가 <인사이더>이다. 이건 작년부터 앓아서 누워있는 동안에 주로 본 영화다.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고 그리고도 또 보고 절대로 끄지 못하게 하고 있으면 얼마나 한심스러워 보일까? 아내는 내가 <인 사이더>를 죽어라고 보는 것은 금연을 하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봐준다. 내부 고발자에 관한 이야기이고, 담배가 해롭고 담배 제조과정에 담배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 해로운 암모니아 화학물을 첨가한다는 고발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부고발자는 철저하게 응징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미국도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벌어지게 하는 것은 사회를 위해서 그야말로 사회가 전체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핸펀 번호에서 그 이름을 삭제한다. 언젠가 내가 인 사이더가 되었을 때 나를 무던히도 괴롭힐 확률이 많은 사람이다.

<인 사이더>는 그렇지만 방송에 관한 이야기이고, 과학자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이고, 비록 방송을 송출하는데 성공했고, 담배회사의 유죄를 입증하는데 성공했지만, 전체적으로 착한 사람들이 실패한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약간 슬프다.

알 파치노는 68세대이고, 그람시의 이론에 따라서인지 아니면 그 세대의 믿음에 의해서인지 "Sixty minutes"의 간판 PD가 되었고, 그 시절에 했던 삶의 한 그림자라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다. 노련하고 강직한 PD이다.

정치적 신념과 정체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호주 출신의 배우 러셀 크로우는 이 영화에서는 선량한 과학자 배역을 맡았다. 결국 담배회사의 부사장이 되면서 불의와 손을 잡으면서 괴로워한다.

일본 영화 같으면 이럴 때 "안녕, 정직한 사나이"하고 조용히 총구가 머리를 노리는데, 하여간 러셀 크로우는 살해협박만 당하고 진짜로 살해당하지는 않고, 담배회사에 대한 내부고발자가 된다.

그리고 이 프로의 방영을 막기 위한 담배회사의 작전이 시작되고, 1 라운드에서 두 사람은 패배한다.

과학자는 이혼을 당하고, 두 아이를 떠나보내고, 방송사에서 마련해준 호텔방에서 자폐적으로 알콜에 빠져든다.

그리고 PD는 방송 제작에서 손을 떼고 강제로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게 된다.

이 두 사람이 바닷가와 호텔방에서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통화하는 장면... 난 이 장면을 명장면으로 친다 (물론 그렇게 분석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리고 2라운드가 시작된다. 2라운드에서 알 파치노는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신문사들에게 사실을 흘려주고, 결국 진행자, 우리 식으로는 MC라고 표현되는 사람을 스캔들로 몰아 날려버린다.

이 2라운드에서 진리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언젠가 나의 아내가 나에게 지적한 것처럼 그래서 이 영화는 아주 슬픈 영화다. 작은 전투에서 이겼지만, 아주 괜찮은 PD 한 명은 결국 <식스티 미닛>을 떠나고, 진실이 소중한 것이라고 믿는 과학자 한 사람은 과학계에서 떠나게 된다. 물론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던 것에 대해서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라고 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KBS의 이강택 PD는 한미 FTA와 광우병으로 학자 100명 몫은 족히 했던 사람이다. 얼마 전부터 KBS 환경 스페셜로 자리를 옮겼다. 이걸 두고 말이 많은데, 본인이 아주 흡족한 상태로 지내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강택 PD와는 지난 여름에 여의도에서 소주 한 잔 같이 마신 적이 있고, 성공회대에서 지나는 길에 가끔 만난다. 그 심경을 잘 모르겠지만, 영화 <인 사이더>의 한 장면으로 상상을 가름한다.

MBC의 또 다른 PD 몇 명들은 황우석 두 번째 방영이 막혔을 때 만난 적이 있었는데, 몇 명은 그 전에 같이 방송한 적이 있었고, 또 몇 명은 처음 보았다... 그 때 본 사람들도 몇 번 자리를 옮기면서 요즘은 본인들이 썩 내켜하지 않는 일들을 하는 것 같다.

진짜 인 사이더였던 어느 수학자는 급기야 석궁을 들고 판사를 겨누게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진화로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진화를 하는 중이다. 미풍양속을 곱게 취급하고, 아름다운 전통으로 대접받는 정겹고, 따뜻한 사회를 살고 있다.

내부고발자에게 검찰과 판사들이 "배신자"들 아니냐고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훈훈하고 따뜻한 전통으로, 팔은 안으로 굽고, 먹여주고 키워준 조직은 부모처럼 받들고, 흠을 보아도 마음에 담아두는 아름다운 전통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 같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서 용감한 것은 미덕이 아니고, 대의는 정의가 아니고, 아름다운 미풍양속이야말로 지금 한국 사회가 나아가는 길이라는 흥겹고 따뜻한 감동이 밀려들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서슬시퍼런 대왕 앞에서도 건들거리면서 소신있게 말하는 "충신"의 야박한 전통 대신 아름다운 미풍양속으로 진화하는 이 사회에는 사소한 부작용이 하나 있다. 진실은 개값처럼 취급받고, 진실을 말하려고 한 사람들은 아름다운 치도곤을 치르게 된다.


[공익 제보] 버림 받는 제보자들
"배신자 꼬리표에 받아주는 회사 없어요"
해고·협박에 기나긴 법정다툼 만신창이… 믿었던 동료들의 왕따 보복 가장 힘들어
"그래도 불의 보면 다시 제보할 것" 55%


관련기사

• 90%가 "징계·해고 당했다"
• 버림 받는 제보자들
• 부패방지법 문제 없나
• 우리 사회 변화는
• 해외의 사례는

#1. 인천국제공항 건설 당시 감리원이었던 정태원씨는 부실공사를 문제 삼았다가 건설업체의 협박을 받고는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20여 차례나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전공과 무관한 전자업체에 들어갔으나 이마저도 회사 부도로 금세 접어야 했다. 부인이 벌어오는 100만원이 한달 수입의 전부이다 보니 4식구가 생활하기는 빠듯하다. 정씨는 "해마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지방 소도시로 이살 갈 계획"이라며 "생계가 막막하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

#2. KT에 다니던 여상근씨는 2005년 회사의 국가지원예산 유용을 폭로했다가 기밀유출과 회사비방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취소해 달라"며 제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공익제보자의 신분 보장과 보상을 책임지는 국가청렴위원회도 여씨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회사 직원이라며 손을 놓았다.

여씨는 "공익제보 이후 회사가 내부고발자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듯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며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수면장애까지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오명 '부패공화국'.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부정부패의 악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투명성이 많이 높아졌으며 '특권'과 '반칙'이 줄어들고 있다는데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 사회의 청렴도를 보여주는 부패인식지수는 1999년 3.8점에서 2006년 5.1점으로 올랐다. 여기에는 온갖 불이익을 무릅쓰고 자신이 속한 조직의 불법과 비리를 과감히 고발한 공익제보자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공익제보자가 겪는 고통은 불이익을 넘어 형벌에 가깝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1990년 이후 공익제보자 2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공익제보로 인해 징계와 해고를 당한 비율이 80%(16명)에 달했다. 이 중 11명은 지금도 무직상태다. 또 60%(12명)는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과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다.

문제는 돈과 권력을 지닌 소속집단의 조직적인 대응, 그리고 공익제보와 이에 따른 불이익간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기가 힘든 탓에 법정 싸움에서 승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회사와 하청업체간 부품가격 커넥션 비리를 고발했던 LG전자 전 직원 정국정씨는 무려 8년간 사문서 위조, 무고와 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놓고 회사 측과 민ㆍ형사 소송을 벌였다. 그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아냈지만, 해고통지서를 피할 수는 없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수사기관과 법원의 태도가 '공익제보자=배신자'라는 인식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공익제보자 김봉구씨가 "인사상 불이익 처분 등의 보복행위를 당했다"며 안산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상부의 압력에 따른 감사 중지 사실을 폭로한 감사원 전 직원 현준희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해 10년째 법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빈 라덴처럼 비행기를 몰고 대법원으로 돌격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공익제보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소속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된 유교적 온정주의와 공익제보자를 배신자로 보는 비뚤어진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법정 싸움으로 가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공익제보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바로 동료 조직원들의 '왕따'다. 공익제보자들이 '가장 교묘하고 악랄한 보복행위'라고 입을 모으는 집단 따돌림은 전체의 95%(19명)가 경험했을 만큼 흔하다. 김태진 연구원은 "후배 8명이 별다른 이유없이 휴업명령을 받았을 때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여상근씨도 "내부고발에 따른 회사의 보복행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가 보직을 받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익제보자들에게 가해지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정신적ㆍ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공익제보자의 90%(18명)가 우울증 불면증 대인기피증 편집증 같은 정신질환과 소화불량, 신경성 장염, 급성간염 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공익제보는 부부관계와 자녀의 학교생활에까지 피해를 준다. 교복 대리점의 '짝퉁 교복' 판매를 고발했던 한 제보자는 아들이 교복 대리점 주인에게 살해당하는 참극을 겪었다. 사학비리를 고발했던 진웅용씨는 "할머니가 공익제보의 충격으로 숨진 이후 가족들에게서 '네가 할머니를 죽였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경제적 궁핍, 사회적 관계 악화는 자살 충동으로 연결돼 전체의 60%(12명)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대한적십자사의 감염혈액 유통 실태를 고발했던 최덕수씨는 시너를 끼얹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문옥 전 감사관은 "온 몸으로 우리 사회의 불법과 부정부패를 고발한 대가가 이렇게 가혹할 줄은 몰랐다"며 "잠깐일 줄 알았던 악몽의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말해 심적인 갈등 정도를 짐작케 했다.

하지만 공익제보자의 55%(11명)는 상상을 초월하는 불이익을 받았음에도 불구, '불의를 보면 다시 공익제보를 하겠다'고 답했다. 조직의 문제는 그 내부자가 가장 잘 아는데다 개인적 안위보다 사회적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익제보자와 함께 하는 모임'의 김용환 대표는 "공익제보자를 사회적 갈등유발자로 치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공익제보자는 우리가 지켜야 할 명분과 양심을 대변해준 소중한 존재인만큼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고재학(팀장)ㆍ김용식ㆍ안형영기자 news@hk.co.kr



 

by 비나리 | 2007/01/29 22:29 | 영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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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붤뤠 at 2007/01/30 00:01
소원수리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름의 전통도 있지염.
Commented by Trotzky at 2007/01/30 13:12
내부자이면서 외부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지적할 것은 해야 하는데, 밥그릇에 얽힌 불안감이 그런 발목을 여러 차례 잡게 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여러 번이었죠. 가장 심했을 때가 경마 컨텐츠 관련회사에서 일할 때 상사가 [대박, 소스] 타령하면서 온갖 뻘짓을 연출할 때였다죠.
아직 [건전한 사회]가 되는 길은 머나먼 길일런가요?
Commented by 연애편지 at 2007/01/30 21:45
전 황금박쥐 때 일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 처음 고발했던 의사. 황빠+정부 고위 나으리+극우 어르신네에게 욕을 먹을 것을 생각나니 외국으로 도망가라고 하고 싶네요.

배신자라... 은혜를 원수로 갚는것은 배신자라고 부르는 국민들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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