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25일
마케팅이라는 학문
마켓이라는 단어를 하루에 백 번도 더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내가 경제학도였다는 사실을 곧잘 까먹지만, 내가 상대출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재벌의 과장 출신이라는 사실도 잘 까먹는다.
그러나 나는 상대출신이고, 국제선물거래에 관한 대학원 학위를 가지고 있고, UN에 공식 등록되어 있는 국제 컨설턴트이다.
회계는 원가회계까지 공부했고, 계량경영학도 오랫동안 공부했고, 기업조직론에 관해서도 별도의 학위를 가지고 있고, 그런 이유로 마케팅도 꽤 정색을 하고 마케팅 전공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공부를 많이 한 편이다.
대부분의 학문이 science로 시작하거나 theory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데 비해서 마케팅학의 정식명칭은 art of marketing이라고 되어있다. 참 잘 지은 이름이다. 기술이기도 하고, 예술이기도 하다.
최근 마케팅 이론에 관해서 궁금해서 책방에 나가서 살펴봤더니 어쩌면 10년 전 이론에서 거의 변한게 하나도 없고, 그나마 이론적으로 정리된 책은 우리나라 교재 칸에는 없는 것 같다.
마케팅은 사례를 정리하면서 이론을 만드는데, 그래서 특별할 것은 없더라도 이론적 공부를 한 번 하지 않으면 사례집에 묻혀서 도대체 이 사례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기가 조금은 어렵다.
예전에는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무척 흥미로운 질문이 경영학과 대학원 입학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던 문제였다. '도대체'라는 말 때문에 마케팅이 무엇인가 느낌 팍 온다.
예전에 같이 마케팅 공부하던 선배는 듀크 대학에서 MBA를 했던 선배였다. 나는 경제학과 수학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주로 마케팅의 최근 이론에 대해서 같이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양반은 지금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묵묵히 삶의 한 페이지를 지워나가면서 살아간다. 공황론 같이 공부하던 선배는 삼성전자에서 출근길에 삼성 문패를 보면서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한다고 한다.
나는 현대에 출근했었는데, 그래도 현대건설과 현대해상이라는 간판을 보면서 그렇게까지 괴로워하지는 않았었다. 정주영 회장이 국민당 시절에 썼다는 집무실이 내 자리였다.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그런 자리에서 마케팅과 원가분석 같은 걸 하고, 보험회사에서 금융상품 새로 개발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오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마케팅에 대해서 새로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계기는 몇 가지가 있기는 한데, 우스운 일이지만 몇 번 마케팅에 관한 강연을 할 일이 생겨서 마케팅과 trust라는 주제로 예전에 공부했던 몇 가지를 엮어서 강연한 적이 있다.
정색을 하고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려니까 이 마케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조금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 점점 더 마케팅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해가는 중이다.
그래도 그런 얘기를 조금 더 하기 위해서 마케팅 책을 살 생각을 하니까 도니가 너무 아깝다. 별 것도 아니고 옛날에 한 번씩 다 봤음직한 얘기들 몇 개 적어놓고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돈을 부른다.
예전 나의 지도교수는 10대학 선배였는데, 그도 30대에는 나보다 더 고생을 했었다. 웃기는 얘기지만, 나중에 아미앙 대학의 교수가 된 이 양반은 프랑스식 고시생들을 위한 회계원리책을 썼는데, 그게 잘 팔려서 그걸로 그 10년간 그야말로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게 되었다.
수학을 아주 잘 하고, 컴퓨터를 귀신 같이 다루고, 경제철학이 전공이 이 아저씨가 회계원리책을 쓰게 된 것은, 80년대 후반 젊은 맑시스트들이 강단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행정고시 학원을 전전긍긍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프랑스 경제철학의 한 길을 새로 연 사람으로 평가받는 나의 지도교수가 내 나이 때 고생하던 얘기들은 조금은 눈물나는 얘기들이다. 나는 그만큼 고생하지는 않았다.
회계원리라는 학문은 암기와 직관 위에 서 있는 학문이다. 그렇지만 CPA 정도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암기가 더 도움이 되기는 한다. 내가 아는 CPA들은 백 명도 넘는다. 그래도 나름대로 분류해보면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던 선배들이 CPA는 금방 붙었다. 내가 아는 머리가 가장 좋았던 선배는 집이 너무 가난해서 CPA나 하겠다고 그러더니 그 후에도 무슨 수집하는 것처럼 고시를 몇 개를 더 붙었다... 그렇지만 멋진 여자 선배 만나서 정말 조용하게 세상을 산다. 요즘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우리는 모두 그 양반이 언젠가 노벨상 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는데...
회계원리랑 달리 마케팅은 IQ 테스트랑 비슷한 학문같아 보인다. 사례는 많지만 그 사례들을 연결시키는 일반 이론이 없기 때문에 말을 만들어내는 IQ 테스트랑 비슷하다. 내가 아는 마케팅을 진짜 학으로 하거나 이 학문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높은 IQ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내가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그들도 나만큼이나 암기력은 형편없었다는 사실...
마케팅을 공부하는 방법은 기본이 되는 교과서 한 두권을 정독하고, 토론하는 길이다. 다른 학문은 사실 토론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데, 마케팅은 동료 그룹과의 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쩌면 그래서 이 학문을 설득의 학문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회과학에서 가장 비슷한 표현으로는 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하여간 하버마스가 얘기한 legitimacy라는 단어의 원뜻과 가장 비슷한 학문이 마케팅일 것 같다. 조금 고상하게 표현하면 self-realizing prophecy라는 시스템 이론의 표현과도 비슷하다.
믿으면 그게 길이 된다. 마케팅의 척도는 간단하다. 팔리면 된다. 매출액으로 표현되든 판매액으로 표현되든 아니면 수익률로 표현되든, 모변수는 팔리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여기에 묘미가 있다. "알아서들 하세요"...
고델이 얘기한, 자연과학보다 사회과학의 정보값이 더 많고, 논리적으로 더 복잡하다는 말을 적용한다면 사실 마케팅이 그렇다.
그러니 이게 예술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art of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내 생각에는 마케팅이라는 이론에는 문제가 없는데, 마케팅의 응용에는 사회적 문제가 많이 생긴다. 지나친 마케팅은 건강을 해치고, 사회의 안녕을 해치게 된다.
그러나 마케팅 안에서는 행복하다. 아무 질서도 없는 무질서한 사례들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아름다움은, 딜타이의 표현대로 "해석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케팅은 생각보다는 훨씬 위험한 학문이기는 하지만, 이론 그 안에는 내면의 정합과 직관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다.
내 조심스러운 생각으로는 앞으로 2만불을 즈음해서 한국 사회가 움직이게 될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보기에는 자본론을 죽어라고 읽는 것보다 좋은 마케팅 교과서 몇 권을 차분히 읽어보는게 나을 것 같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내가 경제학도였다는 사실을 곧잘 까먹지만, 내가 상대출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재벌의 과장 출신이라는 사실도 잘 까먹는다.
그러나 나는 상대출신이고, 국제선물거래에 관한 대학원 학위를 가지고 있고, UN에 공식 등록되어 있는 국제 컨설턴트이다.
회계는 원가회계까지 공부했고, 계량경영학도 오랫동안 공부했고, 기업조직론에 관해서도 별도의 학위를 가지고 있고, 그런 이유로 마케팅도 꽤 정색을 하고 마케팅 전공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공부를 많이 한 편이다.
대부분의 학문이 science로 시작하거나 theory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데 비해서 마케팅학의 정식명칭은 art of marketing이라고 되어있다. 참 잘 지은 이름이다. 기술이기도 하고, 예술이기도 하다.
최근 마케팅 이론에 관해서 궁금해서 책방에 나가서 살펴봤더니 어쩌면 10년 전 이론에서 거의 변한게 하나도 없고, 그나마 이론적으로 정리된 책은 우리나라 교재 칸에는 없는 것 같다.
마케팅은 사례를 정리하면서 이론을 만드는데, 그래서 특별할 것은 없더라도 이론적 공부를 한 번 하지 않으면 사례집에 묻혀서 도대체 이 사례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기가 조금은 어렵다.
예전에는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무척 흥미로운 질문이 경영학과 대학원 입학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던 문제였다. '도대체'라는 말 때문에 마케팅이 무엇인가 느낌 팍 온다.
예전에 같이 마케팅 공부하던 선배는 듀크 대학에서 MBA를 했던 선배였다. 나는 경제학과 수학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주로 마케팅의 최근 이론에 대해서 같이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양반은 지금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묵묵히 삶의 한 페이지를 지워나가면서 살아간다. 공황론 같이 공부하던 선배는 삼성전자에서 출근길에 삼성 문패를 보면서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한다고 한다.
나는 현대에 출근했었는데, 그래도 현대건설과 현대해상이라는 간판을 보면서 그렇게까지 괴로워하지는 않았었다. 정주영 회장이 국민당 시절에 썼다는 집무실이 내 자리였다.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그런 자리에서 마케팅과 원가분석 같은 걸 하고, 보험회사에서 금융상품 새로 개발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오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마케팅에 대해서 새로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계기는 몇 가지가 있기는 한데, 우스운 일이지만 몇 번 마케팅에 관한 강연을 할 일이 생겨서 마케팅과 trust라는 주제로 예전에 공부했던 몇 가지를 엮어서 강연한 적이 있다.
정색을 하고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려니까 이 마케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조금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 점점 더 마케팅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해가는 중이다.
그래도 그런 얘기를 조금 더 하기 위해서 마케팅 책을 살 생각을 하니까 도니가 너무 아깝다. 별 것도 아니고 옛날에 한 번씩 다 봤음직한 얘기들 몇 개 적어놓고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돈을 부른다.
예전 나의 지도교수는 10대학 선배였는데, 그도 30대에는 나보다 더 고생을 했었다. 웃기는 얘기지만, 나중에 아미앙 대학의 교수가 된 이 양반은 프랑스식 고시생들을 위한 회계원리책을 썼는데, 그게 잘 팔려서 그걸로 그 10년간 그야말로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게 되었다.
수학을 아주 잘 하고, 컴퓨터를 귀신 같이 다루고, 경제철학이 전공이 이 아저씨가 회계원리책을 쓰게 된 것은, 80년대 후반 젊은 맑시스트들이 강단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행정고시 학원을 전전긍긍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프랑스 경제철학의 한 길을 새로 연 사람으로 평가받는 나의 지도교수가 내 나이 때 고생하던 얘기들은 조금은 눈물나는 얘기들이다. 나는 그만큼 고생하지는 않았다.
회계원리라는 학문은 암기와 직관 위에 서 있는 학문이다. 그렇지만 CPA 정도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암기가 더 도움이 되기는 한다. 내가 아는 CPA들은 백 명도 넘는다. 그래도 나름대로 분류해보면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던 선배들이 CPA는 금방 붙었다. 내가 아는 머리가 가장 좋았던 선배는 집이 너무 가난해서 CPA나 하겠다고 그러더니 그 후에도 무슨 수집하는 것처럼 고시를 몇 개를 더 붙었다... 그렇지만 멋진 여자 선배 만나서 정말 조용하게 세상을 산다. 요즘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우리는 모두 그 양반이 언젠가 노벨상 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는데...
회계원리랑 달리 마케팅은 IQ 테스트랑 비슷한 학문같아 보인다. 사례는 많지만 그 사례들을 연결시키는 일반 이론이 없기 때문에 말을 만들어내는 IQ 테스트랑 비슷하다. 내가 아는 마케팅을 진짜 학으로 하거나 이 학문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높은 IQ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내가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그들도 나만큼이나 암기력은 형편없었다는 사실...
마케팅을 공부하는 방법은 기본이 되는 교과서 한 두권을 정독하고, 토론하는 길이다. 다른 학문은 사실 토론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데, 마케팅은 동료 그룹과의 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쩌면 그래서 이 학문을 설득의 학문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회과학에서 가장 비슷한 표현으로는 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하여간 하버마스가 얘기한 legitimacy라는 단어의 원뜻과 가장 비슷한 학문이 마케팅일 것 같다. 조금 고상하게 표현하면 self-realizing prophecy라는 시스템 이론의 표현과도 비슷하다.
믿으면 그게 길이 된다. 마케팅의 척도는 간단하다. 팔리면 된다. 매출액으로 표현되든 판매액으로 표현되든 아니면 수익률로 표현되든, 모변수는 팔리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여기에 묘미가 있다. "알아서들 하세요"...
고델이 얘기한, 자연과학보다 사회과학의 정보값이 더 많고, 논리적으로 더 복잡하다는 말을 적용한다면 사실 마케팅이 그렇다.
그러니 이게 예술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art of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내 생각에는 마케팅이라는 이론에는 문제가 없는데, 마케팅의 응용에는 사회적 문제가 많이 생긴다. 지나친 마케팅은 건강을 해치고, 사회의 안녕을 해치게 된다.
그러나 마케팅 안에서는 행복하다. 아무 질서도 없는 무질서한 사례들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아름다움은, 딜타이의 표현대로 "해석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케팅은 생각보다는 훨씬 위험한 학문이기는 하지만, 이론 그 안에는 내면의 정합과 직관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다.
내 조심스러운 생각으로는 앞으로 2만불을 즈음해서 한국 사회가 움직이게 될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보기에는 자본론을 죽어라고 읽는 것보다 좋은 마케팅 교과서 몇 권을 차분히 읽어보는게 나을 것 같다.
# by | 2007/01/25 23:49 | 공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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