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과 대화하는 법?

경제 대안에 관한 책의 커버레터에 해당하는 출구는 10대 이야기로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인트로를 막 끝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구했는데...

사회학 하는 친구들은 10대와는 대화 불가능하니까 10대는 포기하라는 의견을 주었다. 어차피 읽지도 않을 것이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니까 괜히 불란만들지 말고 아예 10대들은 볼 수 없게 수학과 통계로 쫙 도배를 하고, 문체도 무겁게 나가서 볼 사람만 보게 하라는 의견이다. 나중에 10대들에게 테러당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PD나 작가들의 의견은 그래도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해서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그래도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힘들어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의견은... 난 잘 모르겠다. 내가 10대와 유일하게 대화하는 순간은 맞담배질을 할 때이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담배를 피면서 미성년자의 흡연에 나도 공범관계가 된다. 그 순간에는 10대들은 약간 얘기를 한다. 혹 소주라도 마시면 조금 더 얘기할지 모르지만, 음주의 공범까지 되었다가는 나중에 추스리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지도 몰라서 10대들과 술을 마시는 일은 안 한다.

그들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슨 생각을 할까? 나도 한 때는 10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얘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길은 어떻게 열릴까? 어쩌면 질문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기는 하지만, 어른들과 싸우듯이 정면돌파하는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by 비나리 | 2007/01/12 14:03 | 출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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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쟁가 at 2007/01/12 15:16
"나중에 10대에게 테러당한다"는 말에 대폭소!
제 십대시절을 되돌아보면 하고싶은 것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미친듯이 그림을 그리고, 읽고, 썼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요. 언제나 불안했고, 조바심이 났고, 꼰대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증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가장 짜증나는 게, 우리를 이해해보겠답시고 우리만의 영역으로 자꾸 침범해들어오는 꼰대들이었습니다. 속으로 이렇게 소리쳤죠. "제발 그렇게 이해하는 '척' 좀 말아줄래? 역겨우니까." 어설프게 '눈높이 교육'해보려는 선생들 엿먹이는 게 어찌나 즐거웟던지.
10대들과 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자꾸 다가가서 대화를 시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어라? 저 새끼는 또 뭐야?"하는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대화할 필요 없어요. 필요한 건 십대들의 수준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미끼, 두 가지가 아닐까요?^^
Commented by 비나리 at 2007/01/12 15:46
그렇겠죠. 제 10대 때에도 선생님은 물론이고 누구와도 얘기하는 걸 싫어하고, 오직 혼자 있는 걸 좋아했었습니다. 그 때 누가 저에게 얘기와서, "얘, 대화할까?" 그랬다면, "네, 꺼져주시죠"라고 말했을 것이 100%...
Commented by 연애편지 at 2007/01/12 17:53
인터넷 게임을 통한 대화를 추천합니다,..ㅎㅎ
Commented by 붤뤠 at 2007/01/12 20:18
GTO 참고 하세염 -.-;;
Commented by Venetian at 2007/01/12 23:04
10대에게 테러당할 위험이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10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10대는 참 불쌍한 존재에요. 물론 깊이 생각을 할 줄 아는 10대들도 있지만, 저와 같은 10대 고등학생들은 충분히 사색하고 독서할 시간을 갖지 못한채 대학교 유기화학 교재와 미적분, 집중탐구 논문 제출일에 압박당하며 삽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첫 1년을 보낸 후 기다리고 있는것은, 대학 입시 결정나려면 6개월밖에 안남았다는 사실이었죠. 그렇게 남은 1년을 보내고 나서, 우리는 대학에 가서 지금까지 놀지 못한 것 분풀이하며 신나게 놉니다. 그렇게 우리의 10대는 지나가겠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자타가 공인한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고 똑똑한 엘리트 10대들이 모이는 집단이라는 어떤 학교의 현실이네요.

P.S. 블로그에 오실줄은 몰랐어요...(ㅎㄷㄷ)조언 정말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비나리 at 2007/01/12 23:10
별 조언은 아니었구여... 어느새 시나브로 요즘 제 주변사람들이 대개 과학고 출신들로 바뀌어져 있다는 걸 문득 알게 되었었는데...
Commented by 연애편지 at 2007/01/14 19:31
다시 생각해보면 비나리님이 편견을 갖고 대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비나리 at 2007/01/14 19:32
글쎄요... 특별하게 제가 10대에게 더 요구하거나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다른 나라의 10대들과 비슷한 비중과 비슷한 삶의 방식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약간의 보편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정도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지요. 제가 이런 흐름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구여... 저는 또 제가 펼쳐야 할 제 몫의 일들을 하면 되는 거고...
Commented by 연애편지 at 2007/01/15 03:26
각자마다 살아가는 길은 다르니까요. 설령 10대든 20대든 중요한것은 나이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믿어요. 10대에 대해 희망을 걸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절을 살아가는 자신이 더 중요하지 않을 까 싶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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