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01일
책 두 권은 인쇄소로 넘어가고...
<88만원 세대>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라는 두 책은 이제 인쇄소로 넘어갔고, 다음 주 월요일 릴리즈를 시작한다고 한다.
지난 번 책 이후로 책을 내고 나서 인터뷰도 안하기로 했고, TV는 물론 책과 관련해서는 라디오에도 안 나갈 생각이다. 책 내면 한 달 정도 인터뷰에 시달리고 나면 아무 일도 못하는데,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겠지만, 예전에도 하기 싫은 데도 억지로 한 건데, 이젠 싫은 것은 안 할 생각이다. 교보에서 펜 사인회를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내 인생에 오점으로 남을 일 중의 하나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저자는 책이 나가서 만들어지는 데까지만 역할이 있고, 일단 책이 나가고 나면 그 다음 역할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물론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안한 건 아닌데, 순진하기도 하고 - 무구하기도 한 건지는 모르겠다 - 뭘 잘 몰랐던 시절의 일이다.
8월에는 아르바이트로 하는 작은 보고서도 하나 만들어야 하고, 또 역시 아르바이트로 하는 책도 한 권 써야 한다. 일년에 한 달 정도 아르바이트하고, 또 일년 먹고 살걸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래도 한 달 일하고, 열 한 달 놀 수 있으면 나쁜 상황은 아니다. 어지간한 월급쟁이 1년 연봉 정도를 한 달에 벌 수 있으면, 나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기는 한데... 늘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한국 경제 대안시리즈 3권에 해당하는 DJ 독트린은 내 나름의 얘기는 거의 다 정리되었는데, 1, 2권에서도 아방가르드적인 시도를 좀 했었는데, 특히 2권은 상당히 전위적인 '날아라 슈퍼보드' 얘기들이 들어갔다. 그래도 내용이 전위적이라는 것이지, 만드는 과정이 전위적이지는 않았다.
3권은 시나리오 만드는 방법처럼 만들어볼려고 하는데, 영화 한 편이 보통 100씬에서 120씬 정도로 이루어지는데 비해서, 이건 40씬 정도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씬을 만드는 것은 박권일씨가 하고, 일종의 공동 작업처럼 씬의 구성을 놓고, 일종의 '갖다붙이기'나 '배열바꾸기'로 약간의 IQ 테스트 같은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스토리 보드를 씬을 가지고 역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통일과 식민지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일러스트 화보집 혹은 말이 좀 많은 만화책 같은 것을 생각하는 셈인데, <다락방의 불빛>을 좀 어렵게 쓴 그런 것들을 머리에 그리고 있다.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의 에필로그를 그렇게 하고 싶었다. 쉘 실버슈타인 그림을 좀 몇 개 쓰고 여기에 말을 붙이고 싶었는데, 돈도 없었고, 그림 그려줄 사람도 찾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 책이 에필로그는 내 원래의 구상과는 달리 그렇게 딱딱한 것이 되어버렸다.
미리 구상되어 배치된 그림에 경제학 이론과 공황론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이 그림마다 따라 붙어서 이런 걸 40개 정도로 구성하는... 전체적으로는 200페이지 많으면 250페이지 정도되는, 일종의 만화책과 그림책 중간에 있는 뭔가로 만들어보고 싶은게, 나와 박권일씨가 합의한 내용이다.
그러니까 미리 글을 만들어놓고 그림을 갖다붙이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미지로부터 시작해서 그림과 글을 동시에 만들어나가는 그런 방식이 되는 셈이다. 이미지를 놓고 역으로 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니까. 글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림이 주인공인 셈이다.
일단 만들어놓으면 아마 열 개 정도는 추가로 이미지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짜맞추는 과정에서 발생할 일이라서 미리 결정할 건 아닌 것 같다.
글을 보고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은 나는 아주 약하지만, 그림을 놓고 글을 떠올리는 능력은... 그런 건 잘한다. 예전에 시인이 되고 싶었을 때, 내가 혼자 했던 훈련 중의 하나가 그런 게 있었다. 그림집을 갖다 놓고, 그림을 해석하면서 시 한 편씩을 만드는 훈련은 나도 몇 년을 했었다. 그러나 물론... 이런 건 원래 미술학도였던 박권일씨가 나보다 훨씬 더 잘 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그림으로 보는 해석 정도가 될텐데, 누가 일러스트를 담당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마 다음 주 정도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 소위 제작진이 협의가 되면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이건 팀작업으로 책 혹은 그림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셈인데, 이 책의 주 독자는 고등학생으로 정했다. 지금 식의 통일 논의, 이건 아니다라는 얘기를 고등학생들하고 하고 싶어서 여러가지 양식을 생각하다 보니, 결국 만화 혹은 일러스트 그 중간에 해당하는 그런 양식이 나중에 결정된 셈이다.
1권은 20대를 위한 책이고, 2권은 CEO 수준이나 최소한 기업체의 부장급 이상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쓴 책이다. 물론 내용은 쉽게 썼지만, 아직 취직 준비 중인 사람이나 평사원이나 대리들이 상상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그런 전체적인 기업 경영에 관한 책인 셈이다. 읽은 사람들의 평으로는 문체와 글은 쉽지만, 내용은 쉽지 않다는...
3권은 고등학생들 혹은 10대들을 위한 책이 되는 셈이다. 정말로 그만큼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가장 쉽게, 그리고 vehicle도 그들을 위해서 이미지로 구성하려고 한다. 3권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1주일만 붙잡고 있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 손에 들어오면, 쉬운 얘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박권일씨의 손에서, 그리고 일러스터의 손에서 더 많은 창작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나는 그 중간을 연결시키는, 딱 1주일분의 일만 하려고 한다 (물론 <한미 FTA는 폭주를 멈춰라>와 <아픈 아이들의 세대>와 같은 대부분의 책들이 실제로 초고를 만드는데 딱 1주일이 걸렸던 책들이라서, 말만 이렇지 나의 일주일이라면 책 한 권을 쓰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건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 일종의 팀작업이라서, 정말로 표준 man hour로 one week를 쓸 생각이다.)
4권은 대학생을 위해서 쓸 생각이다. 그래서 3권을 전부 모은 내용이기도 하고, 일종의 전위적 대안경제에 대한 교과서의 형식을 가지게 될 것이지만, 아무도 경제학을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던, 그래서 새로운 경제학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절대로 "폴라니가 맞다"라는 명제와 정반대에 서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젠 폴라니를 덮어라"... 제목은 모르겠지만, 그런 키워드를 중심으로 교과서처럼 만들 생각이다. 이 책은 내 손에서 9월에 떠나보낼 생각이지만... 어쩌면 몸이 불편해지면, 내년으로 넘어갈지도 모르고, 중간에 생각이 바뀌면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
하여간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4권으로 구성된 한국 경제의 대안 시리즈를 생각을 했었는데, 어지간하면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기 전에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원래의 모티브가 찰스 디킨즈는 아니었는데, 사실 1월 이후로 여기까지 오는 과정의 가장 큰 모티브가 찰스 디킨즈였다는 사실은 맞다. 이 얘기는 <88만원 세대>에 앞으로 쓰게 될 것들에 대한 약간의 중의법으로 좀 설명을 해놓았다.
소망한다면, 이제 40이 되는 한 경제학자가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경제학이라는 학문으로 이 사회에 줄 수 있는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이 작업을 계속 끌고온 셈인데, 실제로 디킨즈에게서 내가 배운 것이 많다. 만약 찰스 디킨즈가 아니었다면, 벌써 길을 잃고 삼천포로 빠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디킨즈가 영국 사회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건 축복인데, 자본가들이 말하는 상품 속에서의 축복은 결코 아니다.
물론 내가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서 내놓고 싶은 책은 이 대안경제 시리즈는 아니다. 그건 그 전에 벌써 끝나있을 것이고, 생태경제 시리즈 3권을 그때쯤 내놓으면서, 피곤한 올해를 접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2권은 대학원 수업, 3권은 학부수업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라, 종강 전에 정리가 가능할 것이고, 여기에서 하일라이트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일종의 생태윤리에 해당하는 1권이다. 이 1권은 아직 내용 구상이 안되었고, 나에게도 소위 quite challange... 어려운 숙제 같은 것이다. 2, 3권은 이미 여러 번 했던 수업들을 정리하는 내용이라서, 강의 노트를 아주 재밌게 재구성한다는 정도로 마음을 먹고 있고, 게다가 3권은 "이공계생을 위한 생태경제학"이라는 틀로 이미 다 써놓은 것을 재구성하는 거라서... 말은 세 권이지만, 있는 걸 그냥 정리하는 것에 가깝다.
여기까지 해놓고,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아프리카의 토고나 마다가스카르 같은 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야무진 꿈이... (누가 이 여행에 좀 돈을 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여행은 내 돈으로 간다는 내 성격 때문에 아마 돈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 by | 2007/08/01 23:22 | 출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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