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의 한수원 광고는?

한수원이라는 공기업이 있다. IMF 이후 6개 발전회사로 나뉘었는데, 5개 회사는 돈을 벌 수 있는 석탄화력을 중심으로 수익률과 형평성을 거의 비슷하게 맞추어서 분사시키고, 핵발전과 수력발전은 민영화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따로 떼어서 한국 수력원자력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놓았다. 이게 한수원이다.

이런 원형을 이해할려면 미국의 DOE(Department of Energy)라는 부처를 알면 조금 더 이해가 쉽다. 미국 에너지부는 별도의 부로 독립되어 있는 데다가 예산도 엄청나게 쓰는 대형 부처이다.

미국 DOE는 사실상 국방부의 역할을 하는데, 미국의 국방력을 지금의 국방력으로 만들어주는 방위핵을 DOE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지금의 모습이 된 데에는 DOE에 대한 고려가 약간은 들어가 있다. 따로 핵무기를 관리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핵발전 자체가 유일한 핵잠재력이라서 중요하고 당당한 정부 부문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한수원과 나는 애증의 관계다. 원자력문화재단에서 원자력연구소까지 다 잘 알고 지내던 관계이고, 특히 원자력연구소에서 사용하는 TIME이라는 예측 모델은 상당히 재밌는 모델이기도 하다. 여기까지가 좋은 관계이고, 빙축열부터는 나쁜 관계이다. 나는 여전히 빙축열을 지지하지 않고, 계속해서 빙축열 문제에 대해서 지적하는, 아마 거의 유일한 사람이 나일 것이다.

최근 자료를 가지고 정확히 계산해보지는 않았는데, 빙축열과 핵발전 증가가 단위 요소로는 가장 높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의심하고 있다. 핵발전은 특징이 일단 작동을 시작하면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걸 기저부하라고 부른다. 전기는 기동성이 좋을수록 그리고 사이클이 안정될수록 비싼 가격을 받는다. 켜고 싶을 때 켜고,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는 것을 고급전기라고 부른다.

어느 여름날을 생각해보자. 밤부터 아침까지 전력생산을 담당하는 것은 핵발전인데, 이겐 끌 수가 없으니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밤에는 다른 발전기들은 전부 쉰다. 아침이 되면 전기사용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니까 쉬고 있던 석탄화력발전소들이 가동을 시작한다. 이건 정상적인 기동시간이 2~3시간 정도 걸린다. 전기사용량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 마지막으로 LNG 발전소들이 가동을 시작한다. 예를 들면 분당화력발전 같이 수도권에 있는 LNG 발전소 같은 것들이 그런데, LNG는 오염물질 배출이 적어서 도시에 주로 넣는데, 실제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켜고 끄는 것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40분 정도면 LNG 발전소는 정상 가동이 된다.

요즘 같이 에어콘이 전기에 집중되어 있는 시스템에서는 날씨가 아주 더운 날은 전국의 모든 발전기가 총 가동에 들어가고, 갈수록 에어콘 보급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요즘은 가을에 완공하기로 되어있던 발전소를 여름의 피크타임에 맞춰서 준공을 앞당기기도 한다.

'그리드'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도 이제는 전국이 단일 그리드로 되어있다. 이런 단일 그리드는 정책적인 장점이 많기도 하지만, 위험요소도 높아진다. 이렇게 상상하면 된다. 확률은 적지만 서울의 어느 아파트에서 에어콘을 가동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전기가 강원도 대관령의 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일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그렇다.

이 시스템은 피크타임에 대형 발전기 하나가 나가면 그 부하가 나머지 시스템의 과부하를 만드는데, 일단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전국의 대부분의 발전소가 순차적으로 셧다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으로 부하조절을 하는데, 과부하가 일단 걸리기 시작하면 다른 발전기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렇게 몇 개 다운되면 전국의 발전기가 대부분 서버릴 수 있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독일에서도 벌어지고, 자주는 아니지만 단일 그리드가 셧다운될 가능성이 늘 상존한다.

그래서 예비율이라는 지수를 놓고 과잉 발전 능력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 여름철의 피크타임 관리를 위해서 핵발전소도 계속해서 늘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이 때 생기는 잉여전기는 1년 내내 남아돌게 된다. 특히 여름철에도 밤에는 전기가 남기 때문에 핵발전으로 생긴 전기로 얼음을 얼려서 낮동안에 쓰는 빙축열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훌륭한데, 여기에 사소한 기술적 문제가 생겼다.

첫째는 에너지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다. 내 마지막 기억으로는 20% 정도의 효율인 셈인데, 냉방을 하기 위해서 얼음을 얼리는 방식이 별로 효율적이지는 않다. 애초에는 보급을 하고 나면 열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술혁신에 문제가 생겼다.

두번째 문제는 심야전기를 너무 싸게 해주다보니까 빙축률 보급이 너무 높아졌다. 그래서 결국 열효율이 좋지 않은 데에도 빙축열을 사용하는데, 석탄화력은 심야전기 가격을 낮출 수가 없으니까 결국은 빙축열을 대기 위해서 추가로 핵발전소가 더 필요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진다.

언젠가는 빙축율은 사라질 제도인데, 이미 빙축율 보급이 너무 높아서, 심야전기 할인제를 없앤다고 하면... 난리 날 거다.

기술적 해법이 있기는 하다. 도시가스로 냉방하는 시설의 보급을 높이거나 이미 보급된 지역난방과 연계시키는 냉방장치의 보급을 늘리거나, 분당에 이미 시범사업이 들어간 stationary fuel-cell이라고 부르는 정치형 연료전지와 연계된 냉방장치 아니면 요즘은 일정 규모 이상 건물에 들어가는 분산형 소형열병합 발전기와 연동시킨 냉방기를 보급시키면 빙축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근데 이게 안되는 건... 빙축열은 한전이 관리하고, 도시가스는 가스공사가, 그리고 fuel-cell의 개발은 과기부와 산자부에 나누어져 있고, 게다가 소형열병합의 경우는 주인이 없고... 물론 산자부가 이걸 묶어서 관리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산자부는 그럴 능력이 안된다.

우리나라의 발전설비는 20년짜리 장기계획을 5년마다 세우게 되어있다. 현실적으로는 이게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100년짜리 계획이 되고, 갱신주기는 10년 정도로 조금 유연하게 해도 된다. 그렇게 하고 조금 더 전체적인 종합계획처럼 문제점을 짚어가면 되는데, 이게 약간 중이 제머리 깎기처럼 되어있다. 누가 자신의 일부를 줄이고 조정하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제도적 맹점에서 맨 마지막에 무조건 핵발전소를 짓는 일을 담당하는 데가 한수원이 되었다. 미안한 얘기이기는 한데, 미국의 DOE는 핵무기까지 담당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한수원처럼 핵발전소에 목숨 걸지는 않고, 상당히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부시는 황당해도, DOE 관료들이나 오레곤 혹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같은 곳도 황당하지는 않다.

물론 정부에서 설명하는 그림표 대로라면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장기적인 문제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어있기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나 예전에 동자부에 있던 소위 '타짜'들이 사라진 지금 영역에 겹쳐서 생겨나는 일들은 해결할 수가 없다.

한수원에서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내가 한수원을 좋아하지 않는 것보다 아마 더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이 광고를 엄청 늘렸는데, 이 늘린 한수원 광고에 모델로 나온 사람이 바로 장나라이다. 선거공익광고에만 나온다고 했던 걸로 유명해진 장나라인데, 한수원은 공기업이기는 해도 기업이라서 이게 단순 공익광고냐고 말하면 조금 애매하기는 한데, 하여간 나름대로는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 건지...

물론 장나라만 나온 건 아니다. 당대에 인기 있다는 여성 스타들은 한 번씩 나온 걸로 아는데, 장나라가 효과가 좋았던지 상당히 오래간다.

이 광고의 가장 큰 문제는... 유명한 얘기인데, 온실가스는 '오염물질'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산화탄소가 전체적으로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온난화 지수가 이보다 21배 큰 것은 메탄 가스이다. 퍼플로카본 같이 PFC 대체물질도 온난화물질이기도 하다. 천식환자가 호흡기에 약물을 투입하는 스프레이 장치에도 이 퍼플로카본이 들어가는데, 이산화탄소 2만배의 온난화 지수를 갖는다.

이런 물질들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것은 맞는데, 비를 깨끗하게 한다는 중, 하늘을 깨끗하게 한다는 둥, 택도 없는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건 맞지 않는 말이다. 사과가 내리는 비에 깨끗해진다는 둥, 오염없는 깨끗한 하늘이라는 둥... 정말 택도 없는 소리다.

핵발전소는 핵폐기물과 eventual accident라는 두 개의 함수에 의해서 비용이 잡히고, 현재로서는 기저부하에 대한 안정된 공급 그리고 화력발전에 비해서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적을 수 있다는 두 개의 편익을 갖는다. 이걸 전체적으로 계산하면 반드시 유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계산방식에 따라서 결론이 복잡하다. 사회적 비용을 실제 경영평가에 반영시키면... 영국의 경우는 민영화해서 그렇게 했더니 나중에 핵발전소 폐기비용이 예상보다 높게 나와서 바로 도산했다. 한수원도 전체적인 계산을 제대로 하면 도산하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precautionary approach라고 부르는데, 핵발전소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다. 물론 나는 핵발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포비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유리하다는 생각은 잘 안든다.

우라늄이 현재 속도로 가면 가채굴량이 70년 정도 남았는데, 마치 영원한 에너지일 것처럼 광고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자원 중에서 가장 빨리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원 중의 하나이다.

한수원의 광고는 지나치게 정치적인데, 한미 FTA 이전까지 이 정부에서 최대의 업적으로 꼽던 것이 바로 핵발전소의 방폐장 건설이다. 장나라의 광고도 지나치게 정치적인 셈인데, 여기에 택도 없는 오염물질을 줄인다는 그야말로 허위사실까지 범벅이 된, 문제 많은 광고인 셈이다.

아마 장나라가 내 개인적으로 지인이었다면 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었을 것 같다. 핵발전 시설물에서 사고가 전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건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언제 핵발전소에서 개인적으로 보건적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이 모여서 별도의 단체를 만들고 적절한 보상을 해달라고 할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냥 쇼비지니스의 눈으로 보더라도 자신의 개인적 이미지에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단순해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마찬가지로 단순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광고모델의 개인적 신뢰와 책임능력 자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하여간 내가 보기에 장나라는... 현재로서는 한수원의 앞잡이에 불과할 뿐이다.

by 비나리 | 2007/07/12 09:57 | 그냥 잡담 | 트랙백 | 핑백(5)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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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비나리 at 2007/07/12 10:19
우라늄이 고갈이면 현재의 핵발전소 시설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사용후 연료 재처리 하는 건, 그렇게 오래 보터지 못하지요. 핵융합은 별도의 설비가 됩니다. 빙축열은 강화도가 보급율이 제일 높은 걸로 알고요, 아파트 외의 독립가옥 중 규모가 큰 것들이 대개 이렇게 하는 중이구여. 그리드는 '망'이라고 하기도 계통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광역망, 광역계통, 단일망, 단일계통, 이런 식으로 종종 번역합니다.
Commented by 비나리 at 2007/07/12 10:20
그리고 핵발전소 설계수명이 대충 40년 정도로 잡는데, 지금 방식으로 핵발전 규모를 늘려나가면 10~20년 후에 오래된 발전소는 대부분 셧다운시키면서 그만큼 새로 짓고, 거기에 추가분까지 지어야 하는 골치 아픈 일들이 생겨납니다.
Commented by 비나리 at 2007/07/12 10:26
우라늄이 없어지면 그보다 열등한 방사능 물질로 옮겨갈 수는 있는데, 경제성이 지금 만큼 안 나올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입니다. 전과정평가(LCA)를 해보면 계산 방식과 방사능 폐기물 처리 방식에 따라서 온실가스가 과정 외에 발생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석탄화력보다 더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보통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기술적인 게 아니라 미국과 인도 그리고 중국 같은 나라들이 기후변화협약에 원자력발전을 온실가스 감축 기술로 인정하고, 여기에 배출권을 인정하려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 더 직접적인 기준이 됩니다. 한수원이 지금 하는 광고는 마라케쉬 협약 부속서에 들어간 문장 한 두개 정도에 대한 애매한 해석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지수화풍 at 2007/07/13 16:35
.한수원 엇비슷한 기업중 하나에 다니는 저로서도 ,,,상식이 없었네요,,
스스로도 기술직이지만 전 무조건 원자력은 안된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그렇다고 아직 대체에너지 인프라가 있는것도아니고,,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이 좀 거시기 해요,,그리고 현재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에 대해서도 나중에 평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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