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03일
경제학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고, 세상에도 흐름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기는 한 것 같다.
내가 처음 경제학 공부를 시작하던 시절은 케인즈 전성기에서 약간 꺽어지려고 하던 순간이었는데, 진짜로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케인지안이라고 한다면 정운찬 선생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물론 케인즈의 원전들을 번역한 사람은 조순선생이기는 한데, 그가 정말로 케인지안인지는 잘 모르겠다. 진짜 황당한 케인지안들은 서강학파라고 불렸던 곳에서 박정희 시대의 개발 이데올로기를 만든 사람들인데, 조순선생도 그런 계열은 아니고... 경부고속도로도 조순선생은 반대했다고 들었고, 88 올림픽에 대해서도 나서서 찬성하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외국에서 가끔 쓰는 분류로 조순, 정운찬을 서강학파와 비교한다면, 케인즈 좌파 정도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연구 흐름에서 공부했던 사람 중에서 제일 유명해진 사람은 김상조 선배이고, 이보다 덜 유명하지만 한밭대의 조영탁 교수도 맑스와 케인즈에 발을 반반 걸치게 된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특별한 이데올로기적 선택이라기 보다는 그 시절에는 다 그런 공부를 했다. 조영탁 교수가 건강만 편했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작업을 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여간 그 시절, 김상조 선배가 포워드를 했고, 조영탁 교수가 가드를 봤다는 말을 전해들은 적 있다. 몇 년 전에 조영탁 교수와는 농구를 한 적이 있는데, 역시... 그 나이에도 3점슛을 하다니, 놀라웠다.
90년대는 new industrial economy가 정식명칭인 시카고의 시대였다. 왈라스의 시대가 가고, 케인즈의 시대도 가고, 미시적 접근 위에 거시를 세우려는 흐름이 유행이었고, 그런 돌풍이 90년대 초반에 불었다. 연대의 조하연 교수나 서울대의 이지순 교수 같은 사람들이 실제 시카고에서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부했던 사람들인데, 개인적으로는 기품도 높고, 공부 기본이 튼튼해서,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도 주로 이런 사람들한테 여쭤본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많은 도움을 이 사람들에게 받았고,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강사 시절에 조하연 선생이 그 방에 있던 책장 하나를 주셨을 때에는, 너무 감격해서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조하연 선생이나 이지순 선생 같은 분들은 억지로 분류하면 시카고주의자들이기는 하지만,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황당한 신자유주의자들은 아니고, 학풍은 아주 점쟎다. 오히려 한전 민영화하던 시절에 민영화 맨 앞에 섰던 서울대 이승훈 교수가 더 신자유주의에 가까운데, 아마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신자유주의자이십니까?"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그러실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런 것까지 물어볼 자리는 아니고... 동생 결혼식과 같은 집안 행사나 뭐 그런 데에서 주로 만났기 때문에...
한국 경제대안 논의의 3권은 북한 문제에 맞춰져 있는데, 이런 쪽의 연구를 내가 처음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지순 선생이 나에게 주신 책 한 권이 출발점이었다. "나는 이런 것 밖에 줄 게 없어서..."라고 주신 책이, 북한을 내생성장론 모델로 풀었던 책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감명 깊게 읽었다. 나는 책에 헌정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 3권은 이지순 선생에게 헌정을 할까... 생각 중이다.
시카고에서 경제학 공부하고 서울대 교수로 정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농부라면 웃기겠지만, 진짜로 겸업농이다. 농부의 아들로 자라나, 농부로 흙에 묻히고 싶다고, 요즘도 주말마다 농사를 직접 짓는다. 아마 조하연 선생이나 이지순 선생 같은 분이 주위에 없었다면 나도 시카고주의자 욕을 엄청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분들을 비롯해서 시카고 출신들에게 내가 한 가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하버드 출신들이나 프린스턴 출신들보다는 확실히 경제학의 기초가 튼튼하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좀 그렇다... 막상 시카고 출신들에게, 당신들이 그 유명한 신자유주의자들이냐, 그러면...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할 것 같다. 막내 동생이 시카고에 떨어지고 울 때는, 가슴이 좀 짠하기도 했었다. 개인적인 내 선호이기는 하지만, 박사과정 코스웍은 당시로서는 시카고보다 파리 10대학이 개설된 과목이 더 많고, 범위도 더 넓었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돌풍은 내 기억으로는 DJ 시절에 불었다. 물론 YS 시절에 '세계화' 논리를 가지고 왔던 몇 명은 아주 양아치같은 사람들이었지만, DJ 시절에 청와대에 들었갔던 경제 지도부가 초기의 서슬시퍼랬던 힘이 빠지게 된 1~2년 후부터 슬슬 신자유주의가 전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었는데, 녹색평론에서 내가 했던 분류로는 이 시기를 '완화된 신자유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고대의 김균 교수와 연대의 홍훈 교수 그리고 동국대의 박순성 교수가 이 시절의 이론적 방어선의 최전선에 서 있던 시절인 셈인데, 이 방어막은 아주 약했다.
진짜 신자유주의는 노무현과 함께 왔다. 신자유주의와 노무현 사이에는 어떤 내생적 관계가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당시의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부총리였던 사람들, 여기에 지금의 부총리까지, 이런 흐름인데, 인맥과 힘을 파라메타를 가지고 분석해본다면, 공대 출신들이 절반, 재경부 출신들이 절반, 여기에 국회의원 386들이 얹혀가는 그런 모양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간... 당시에 집권세력 중에 절반은 인권 쪽으로 매달렸고, 나머지는 신자유주의적 변화에 매달렸는데, 1~2년 정도, 그러니까 이라크 파병이 그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우리나라는 완전히 신자유주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걸 나는 '강화된 신자유주의'라고 불렀다. 원래는... utilitarianism에 붙이는 형용사인데, 이걸 신자유주의에 응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DJ와 노무현 두 개로 완전히 분리될 수 있을 것이다. 이헌재 시절의 경제 정책은 아주 이상했는데, 결국 이런 허빵들을 만회하기 위해서 한미 FTA 같은 것을 꺼내들게 된 것이 아닌가... 나는 이렇게 분석한다.
DJ 시절부터 실무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재경무 공무원의 이름 중 하나가 노대래라는 사람이다. 가장 최근에 떠오른 걸로는 소위 '반값 골프장', 이것의 실무총책의 이름에서 노대래라는 이름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이 사람도 개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자는 아니었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을 거치면서, 하여간 요즘은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몇 번 만났고, 한 때는 정책 파트너였던 적도 있었다. 과장 시절의 일인데, 고유가 시절에 조세틀을 지금의 틀로 만들 때 그 때 재경부의 담당과장이 노대래였다. 그가 신자유주의자의 진정한 지지자일까? 고개가 약간 갸우뚱거려진다.
좌파에서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비하여, 나는 이 용어를 잘 안 쓰는 편이다. 10년 정도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셈인데, 막상 그렇다면 한국에서 누가 신자유주의자이냐? 또 그렇게 질문하면, 대표적 이론가는 물론이고, 실제로 자신을 신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전경련이나 상의에서 만든 말이냐?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자유기업원 같은 데가 이런 곳의 원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자유기업원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극우파의 '고장난 축음기' 같은 곳과 더 비슷해보인다.
그럼 누가 신자유주의자냐? 삼성? 이건희 회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신자유주의자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때그때 외국에서 유행하던 말을 갖다 쓴 것일 뿐이고, 꼭 신자유주의자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내 개인적인 경험만으로 보자면, 공대출신들 중 나에게 프로젝트 달라고 왔던 사람들이나 아니면 그런저런 이유로 만나게 되었던 소위 황우석 스타일의 연구기획자들은 대부분 골수 신자유주의자였다. 가끔 차라도 한 잔 마시면... 주로 나는 듣는 일을 하는데, 이 사람들이 나에게 설득하고자 했던 것은 공학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시장의 미덕과 경제의 효율성 같은, 그야말로 조선일보 스타일의 대충 뭉개면서 "이런 게 대세다"라는 식의 말들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실험실이 아니라 관청이나 신문사 간담회장이나 같은 곳에서 만나본 공대출신들은 대개 매우 열렬한 신자유주의 맹신자였다. 그들의 개인적 삶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러한 공대 엔지니어들의 삶의 철학이 신자유주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신문에서 본 엉성한 경제 얘기들을 하면, 혹시라도 내가 그런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자리가 만들어낸 상황이 연출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기업가 CEO 중에서 신자유주의 광신자는 한 명도 없었다. 물론 기자들 만나면 뭐라고 얘기하고, 정치인들 만나면 뭐라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경제학자들과 차 한 잔 마시거나, 식사 한 번 하는 자리에 나에게 자신이 신자유주의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나에게 워드뱅크의 최신 연구 흐름 혹은 어떻게 하면 UN에 자신도 나가서 연설할 수 있게 되느냐, 혹은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최신 흐름, 그런 것들을 주로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그렇게 의심할까봐... 자신은 신자유주의 흐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대부분 한 마디씩을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CEO, 인천제철 CEO, 아니면 이명박 이후의 현대 엔지니어링 CEO - 이 사람이 날 처음 현대로 데려간 사람이었다 - 심지어 SK나 뭐, 기타등등... 크거나 작거나 기업가 CEO 중에 자신의 철학이 신자유주의인 사람은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모집단만으로 보면 어디에 많은가?
신문기자 중에서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닌 사람이 매우 드물다. 이건 한겨레나 경향 같은 곳도 그렇다. 일부의 기자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약간 풍이 다른 기사들이 나오지, 대부분의 신문기자들은 매우 강렬하거나 아니면 소극적인, 정도의 차이만이 있지 상당히 강렬한 신자유주의 지지자들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최근에 강남 출신들이 중앙 일간지 기자 중에 너무 늘어나서 그렇다는 것이 일부 기자들이 나름대로 분석해본 결과들이다. 이런 곳의 신자유주의 신념을 가진 기자들에게는 '부국강병파'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자칭 개혁파 정치인들 중에서 신자유주의자가 아닌 사람을 또 찾기가 어렵다. 옛날에는 자신도 투사였는데, 하여간 생각해보니까 신자유주의가 맞더라... 손학규에서 정동영을 거쳐 최근 손학규한테 붙은 아주 웃기는 사람들까지, 여기에 유시민까지... 말은 복잡한데, 전부 이 명제 하나로 수렴되는 사람들이다.
천정배, 임종인, 이계안, 여기에 제종길 정도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거의 유일한 사람들이다.
골프치는 사람들 중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기준 하나를 더 사용하면 90% 이상의 확률로 빈도수를 계산할 수 있다.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냐... 최소한 자신의 사는 집을 자주 이사다니면서 투기하지 않았던 사람 중에,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 망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득으로 기준을 삼아보면... 좀 미안한 얘기지만, 연봉 4천만원 이하에서 신자유주의를 믿는 사람들이 많고, 비정규직일수록 신자유주의의 세상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20대 대학생은 두 집단으로 나뉘는데, 운동하면서 만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그렇지 않은 대학생은 100% 신자유주의의 신봉자였다. 친척, 친구 후배, 친구 동생, 선배 아들, 이렇게 만난 대학생은 100% 신자유주의자 광신자였다.
교회를 통해서 알게 된 집단도 두 집단으로 나뉘는데, 기독교환경운동, 뭐 이런 범주에 들어가서 강연 중에 만나거나 혹은 그런 일 중간에 만난 사람들 중에는 신자유주의와 싸우는 것이 주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내 둘째 동생과 같이 강남의 대형교회와 그 근처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약 70~80% 정도의 비율로 신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다단계판매에 가입된 사람은, 내가 아는 한은... 100% 신자유주의의 광신도들이었다.
이건 워낙 샘플이 작아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DMB를 사용하는 사람 혹은 DMB폰을 사용하는 몇 사람은 내가 아는 가장 강력한 신자유주의의 지지자들이었다.
세계적으로... 이 신자유주의가 거의 그 유행의 끝에 도달한 것 같다는 느낌이나 징조를 조금씩 보게 된다. 물론 워낙 작고 예민한 징조라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2~3년 전부터 외국에서는 그런 신호가 조금씩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아무런 징조도 없지만, 외국이 변하면 우리나라도 따라 변하는 패턴상... 3~4년의 차이를 두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변하가 생겨나게 된다.
세상에 어떤 경제학 사조도 영원하지는 않고, 왈라스주의도 밀려났고, 케이즈주의도 밀려났고, 90년대 초반의 강력했던 시카고주의도 밀려났듯이, 신자유주의도 훨씬 약화되고 완화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 이후의 균형이 그 이전의 균형보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노무현 시대에 절정에 달했던 신자유주의, 그것이 영원히 우리나라에서 힘을 쓰고, 세상이 언제나 그런 사조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지는 않는다.
3~4년 지나면 신자유주의는 해묵은 주장으로 한 물 가고, 한미 FTA만이 그 시절의 상처처럼 남아있는 그런 시대가 오게 될까?
온다는 것과 와야 한다는 것과 오게 한다는 것은 조금은 다르다. 물론 작동 메카니즘의 기저의 기저까지 들어가면 그렇게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내 생각에는 신자유주의가 아닌 시대가 올 것 같다.
# by 비나리 | 2007/08/03 16:03 | 공부 이야기 | 트랙백